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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정보

재난은 부자들을 피해 간다? 부유할수록 재난 위험이 낮은 이유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는 갑부들이 지구 종말을 대비한 벙커를 뉴질랜드에 짓는다고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이 벙커는 온갖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외계인 침공이나 좀비 바이러스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소 황당한 생각일 수 있지만, 몇 년을 먹고도 남을 식량들과 실외 발전기부터 초호화 호텔을 연상하게 만드는 방, 수영장, 헬스장, 영화관까지 없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핵 전쟁이 터져도 안전하다고 하니 어떠한 재난도 피해 가겠네요.



 사실 재난이 부자를 피해 간다는 건 극소수 재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재난이 발생해도 사회적 시스템이 잘 마련된 부자 국가는 가난한 나라보다 피해가 적죠. 스톡홀름 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형태가 동일한 지리물리학적 재난이 발생할 때 부유한 나라의 사망자 수는 가난한 나라 사망자 수의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재난의 위험과 사망률이 낮습니다.



 보통 가난한 나라에는 재난을 대비한 시설이나 시스템 자체가 미흡하거나 아예 갖춰져 있지 않고, 주거환경도 대체로 부실하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같은 나라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거환경, 방범시설, 대피소 등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부자들이 겪는 재난의 피해는 가난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오늘 대신증권에서는 재난이 부자와 빈곤층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 재난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 " 

 

그렇다면 재난으로 가장 피해가 극심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재난 피해자 삶의 변화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난을 겪은 피해자 중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사람이 3명 중 1명이라고 합니다. 또 남자보다는 여자가, 저소득층일수록, 1인 가구일수록, 노인일수록 사망 확률이 높고 재난 후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지수가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질병으로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환자, 즉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제일 재난에 취약합니다. 



 대표적으로 폭염과 열사병을 기후변화의 불평등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어떤 전문가는 열사병을 사회적 질환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요? 



 지난 30년 동안 인도에서 폭염으로 죽어간 농민이 6만 명에 달하고, 그들 대부분은 하층민이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폭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데, 부유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에어컨 사용이 줄지 않고 있죠. 문을 열어놓고 냉방기를 세게 가동하는 매장도 정말 많은데요. 세계인들의 온실가스 이용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지구의 온도가 4도 이상 오른다고 합니다.

​ 1996년 시카고에서는 폭염으로 700명이 사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시카고 론데일의 북부는 10만 명당 40명이 죽었는데, 론데일 남부는 10만 명당 4명이 죽었습니다. 같은 지역인데도 차이가 많이 나죠? 그 이유는 북부의 높은 범죄율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범죄 위험 때문에 무서워서 밖에 잘 나가지 않았고, 그 결과 외부 소식과도 멀어졌죠.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이나 지병이 있는 환자가 선풍기로 버티다 사망해도 챙겨주는 이웃이 없었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높은 범죄율로 인한 사회적 결과라는데요. 창문을 닫고 외부 소식을 공유하지 않다 보니, 서로의 안위를 챙길 수 없고 공동체가 와해된 것이죠. 1년 후 시카고에도 비슷한 폭염이 덮쳤지만, 복지사가 사회적 소외 계층을 집집마다 방문하고 살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4분의 1 가량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  이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폭염 때문에 재난 경보 문자를 종종 받을 수 있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160명이라고 합니다. 치안이 안 좋은 동네에 홀로 사는 노인층은 한여름에도 창문을 꽉 닫고 선풍기로 버티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하네요. 

​ 2010년 1월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은 규모 7.0으로 30만 명의 사망자와 100만 명의 이재민, 132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반면,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규모 7.8로 아이티보다 큰 지진이었지만, 사망자 수는 인구 대비 아이티 지진 피해자의 1%로 피해액은 약 60억 달러였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티 지진이 있은 후, 230만 명의 노숙자가 발생하였고 540곳의 임시캠프 중 절반 이상은 물과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아이와 여자는 강간, 살인의 표적이 되었고, 대부분 매춘으로 삶을 연명합니다. 가구 중 56%가 1달러 미만, 77%는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지만 상위 10% 가구는 전체 가구 총수입의 68%를 벌어들이고, 빈부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국가의 부에 따라 자연재해와 관련된 학문이나 제도적 인프라가 비례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하거나 사후 대처할 제도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또한 가난한 나라일수록 부패도가 높아 피해 지원은 주로 기득권에게만 돌아가고, 피해를 복구하는 속도도 선진국보다 매우 느립니다. 재난은 빈부격차를 가중시킵니다.



" 재난을 기회로 삼은 기득권층, 결과의 불평등 "

 아이티, 쓰촨성 같은 대지진 발생 이후, 언론과 정부는 자국 국민들의 피해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며 재건 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나라로부터 대규모의 복구 비용과 인력을 지원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부도덕한 기득권층의 눈엔 대규모의 복구 비용이 돈벌이의 기회로 보였나 봅니다.

 

 

보통 대중의 관심은 재난의 원인과 대책보다 피해자들의 참담한 모습과 절망 속에서 구조를 나선 단체나 개인의 영웅적인 면모에 집중합니다. 실제 아이티에서 기득권층인 백인계 아이티인들이 빈민가 흑인 지역의 재건복구 사업을 맡아서 진행했고, 그 결과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쓰촨성에서는 부실 건축물을 지었던 부도덕한 건축업자들이 정부 관료와 유착 관계를 강화하며 재건복구에 나섰습니다. 재난의 피해를 키운 범죄자가 재난으로 더 많은 부를 축적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죠.

​ 재난에 대한 언론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2015년 4월 네팔 지진 피해 당시 많은 한국인들이 열성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던 모습에 반해, 2016년 아이티의 허리케인 피해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그런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실제 아이티 허리케인에 의한 피해 규모가 네팔보다 10배 이상 컸지만,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아이티 피해에 관심을 갖지 않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아이티의 허리케인에 대해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재난 발생지역의 지원 여부는 재난 피해 규모나 정책에 결정되는 것이 아닌 언론의 관심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론의 관심이 떨어지는 예멘, 시리아 같은 지역에선 재난과 전쟁으로 수십만 명의 피란민과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개발협력단체(NGO)들도 지원 사업을 거의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재난과 빈부격차의 연관성에 대해 대신증권과 함께 알아봤는데요.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득권층이 재난으로 돈을 벌어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가 필요합니다. 시민이 정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고, 재난 시 적극적으로 구호와 지원활동에 참여해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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